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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요화가회

창작글과 음악

이   름 정초
작성일 2012-05-08 (화) 03:36
분 류 기타
ㆍ조회: 1321      
IP: 58.xxx.89
이해원의 역을 놓치며
 
 
 
역을 놓치며
-이해원-
 
실꾸리처럼 풀려버린 퇴근 길
오늘도 졸다가 역을 놓쳐버린 아빠는
목동역에서 얼마나 멀리 지나가며
헐거운 하루를 꾸벅꾸벅 박음질하고 있을까
 
된장찌개 두부가 한껏 부풀었다가
주저앉은 시간
텔리비전은 뉴스로 하루를 마감하고 있다
핸드폰을 걸어도 문자를 보내도
매듭같은 지하철역 어느 난청지역을 통과 하고있어
연락이 안 된다
하루의 긴장이 빠져나간 자리에
졸음이 한 올 한 올 비집고 들어와 실타래처럼 엉켰나
기다리다 잠든 동생의 이불을 덮어주고
다시 미싱 앞에 앉은 엄마
헝크러진 하루를 북에 감으며 하품을 한다.
 
밤의 적막이 골목에서 귀를 세울 때
내 선잠 속으로
한 땀 한 땀 계단을 감아 올라오는 발자국 소리
현관문 앞에서 뚝 끊긴다.
안 잤나
졸다가 김포공항까지 갔다 왔다
늘어진 아빠의 목소리가
오늘은 유난히 힘이 없다.
 
2012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시부분 당선작 소개합니다.
 
잘 그린 수채화 같지요
어버이날,.. 틀니를 갖고 싶어 하시던 아버지가 무척이나 보고 싶습니다
 
 
 
 
   
이름아이콘 아로마
2012-05-08 12:05
아버지에 대한 따뜻한 시각이 섬세하게 잘 표현되어저   좋은글 올려 주심에 감사  예전에것 글도 감사 더 많은 글 부탁드려요  늘 행복하세요
   
이름아이콘 김광중
2012-05-09 10:04
얼마전 박형필 회원님과 지하철 환승하는데, 윤종철, 강선보 선생님이 승강장 분리대에 부착된 몇자 안되는 시를 보며 각자 생각을 이야기했다. 워낙 절제된-서너 행 정도였을까-시였다. 그러니 두 분의 말씀에도 그리 공감하기는 쉽지 않았다. 시를 많이 접한 마니아들은 그 의미를 유추해낼 수 있겠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초 회원님이 소개한 시는 머리 속에 훤히 그려지는 상황이라 더욱 정감이 간다.
어려운 단어나 난해한 설정이 전혀 없는 것 같다. 삶의 고단함에 인간미가 느껴진다.
정초님, 글 올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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