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요화가회

ㆍ이 름	오민웅
ㆍ작성일	2004-01-21 (수)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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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의 의학(37)폴록의 내면세계

20세기 전반까지만 해도 미국적인 풍속과 풍경을 사실적으로(realism) 주로 묘사하던 미국에, 2차대전이 발발하면서 유럽의 많은 현대미술가들이 뉴욕을 중심으로 대거 이주한다. 이는 한때 사실주의 화가를 꿈꾸었던 히틀러가 현대예술을 퇴폐적인 것으로 규정하고 이들 작품을 '자살한 시체들'이라고 부르며 없애버리거나 지하실에 쳐박아 넣어버렸기 때문이다. 이들중 주류는 1940년대 표현주의를 추상으로 성취하였으므로 평론가들과 미술사학자들은 이들을 추상표현주의(Abstract expressionism))이라고 불렀고, 이들은 그후 다시 원시미술, 고대신화, 정신분석학등의 영향을 받으면서 20세기 후반 뉴욕을 중심으로 한 세계미술의 한 큰 흐름이 된다.
이들중 가장 두드러진 인물이 폴록(Jackson Pollock 1912-1956)이다. 아리조나(?)에서 태어난 그는 어려서 아버지가 가출하고 어머니마저 무절제하여 다섯 아들을 돌보지 않는 그런 환경에서 역시 무책임하고 버룻없이 자란다. 18세에 역시 미술가가 되고자 한 형들과 힘께 무작정 뉴욕으로 온 그는 미술학교art institute league에 입학하는데 필수이수과목도 없고 학기도 정해져있지 않으며 출석도 부르지 않고 성적도 매기지 않는 너무나 자유스런 분위기의 이 학교에서, 또 당시 경제공황의 극심한 가난 속에서, 주위 사람들의 얼굴을 자주 찌프리게하는 그의 심한 음주벽이 시작된다.
기교면에서 다른 화가들보다 현저히 뒤떨어져있었고 실제로 자기는 드로잉을 할줄 모른다고 괴로워하는 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이 초현실주의(surrealism)의 자동화법(automatism)이었다. 그는 아무런 계획도 의도도 없이 즉흥적으로 작품을 시작한다. 수 미터에 이르는 큰 캔버스를 바닥에 깔고, 유화물감 외에도 에나멜페인트, 알루미늄페인트, 가정용페인트 등의 통을 들고 붓과 막대로 캔버스를 돌면서 또는 캔버스 위에서, 또 부분 부분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캔버스 전체가 하나의 주제가 되도록(all over) 노랑색을 뿌리고, 분홍색을 던지고, 그위에 검은색을 흘리고, 또 흰색을 뿌린다. 물감흘리기(dripping)라고 하는 이 기법은 그림을 그린다기보다 작가의 행위 그 자체를 드러낸다고 해서 평론가들은 이를 액션페인팅(action paintin)이라고 불렀다. 이렇게 완성된 작품은 미적가치를 추구한다기보다 예술가가 현장에서 표출하는 행위 그 자체에 가치를 주어, 이후의 행위예술로 이어지는 계기를 만든다.
폴록의 이런 기법을 정신의학적 측면에서도 살펴볼 수 있들 것같다.
한 갤러리 주인은 폴록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폴록은 항상 깊은 슬픔에 잠겨 있었고 상대방마저 슬프게 만들곤 헀다. 간혹 글거운 순간이 있긴 헀어도 그런때마저 상대방을 오히려 울고싶게 만드는 그런 면이 있었다. 그에게는 늘 알 수없는 불안과 절박감이 감돌았다. 술을 마시지 않을 때는 수줍음이 많고 거의 말이 없었지만, 일단 술을 마시면 누구든지 싸우려들었고 모든 욕지거리를 동원했다.
그는 또 비이성적인 행동도 많이 보였다.
파티에서 난로에 오줌을 누거나 동료의 작업에 대해 폭언을 일삼고, 친구의 전시에서 그림을 찢는 난동을 부렸으며, 동료 아파트의 창문을 돌을 던져 부수곤 했다. 그러나 술이 깨면 화실에서 몇시간이고 움직이질 않았다. 한 동료는 그의 화실에서 목에 줄을 매고 자살한 남자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린 드로잉을 본젹이 있다고 하였다.
폴록은 알콜중독과 정신분열증으로 여러번 정신과의사의 치료를 받았는데, 그중 한 의사인 조셉 헨더슨은 폴록이 직관이 아주 발달한 사람이어서 예술가가 천직인 인물이라고 평가하였다.
또 폴록도 이렇게 말했다. "나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면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림은 스스로 자기의 운명을 가지고 있다. 나는 그곳이 스스로 존재하도록 할뿐이다."
또 초현실주의미학을 공부하고 자동화법으로 작업을 한 로버트 마더월(Robert Motherwill 1915-1991)은 이렇게 말한다.
"나의 모든 그림들은 의식과 무의식의 대화로서 의식과 무의식이 전혀 다른 합성으로 나타난다. 의식은 곧은 선, 디자인한 형태, 색의 중량, 그리고 추상화된 언어들이며, 무의식은 부드러둔 선, 모호한 형태 그리고 자동주의이다."
따라서 정신분열중을 우의식이 의식이나 이성으로 조절되지 않는 상태라고 할때, 폭록의 대표적인 작품 대부분이 직감이나 무의식을 포함한 그의 내면의 세계가 표출된 것이 아닌가 보아진다.
폴록은 헨더슨에게 18개월간 치료받으면서 82점의 드로잉을 선물했는데 이들 그림이 1970년 휘트니 미술관에서 '정신분석적 드로잉'이라는 제목으로 전시되어 대단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註:정신분석-무의식을 의식화 하는 작업)
그리고 이렇게하여 완성된 작품들에게는 작품에서 느껴지는 이미지나 느낌에 따라 위의 그림처럼 그럴듯한 시적인 제목이 붙여지는 것이다.
이렇게 알콜중독이나 정신분열증으로 밖에 빠질 수 없었던 폴록이 어떻게 한 세기의 큰 흐름을 대표하는 화가가 되 수있었을까? 여기에는 역시 크레스너(Lee Krasner 1904-1984)라고 하는 한 여인이 있었다. 스스로 화가였던 그녀는 폴록의 주벽과 성깔을 알고 았었으면서도 그와 결혼하여 자신의 작업을 중단하면서까지 그를 사랑과 이해로 감싸주어 그가 평생 처음으로 마음의 안정을 되찾게 한다. 또 그녀는 폭넓은 사교성으로 세기의 화상 페기 구겐하임과 폴록의 이론적 후원자이자 그에게 명성을 가져다준 유명한 평론가 클레멘트 그린버그등을 알선하여 오늘의 폴록을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활을 한다. 열정적인 자국들로 격렬하게 화면을 채우는 것도 실은 그녀가 처음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폴록도 상당부분 그녀의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있다.
그러나 그녀와의 틈이 벌어지자 폴록은 만취한 상태에서 애인과 애인의 친구를 태운채 죽음의 곡예운전을 하다가 44세에 사망한다.
참고문헌: 아트북스刊 예술가와 뮤즈들, 미술문화刊 폴록과 친구들, http://my.dreamwiz.com, www.ibiblio.org, ww.arin.pe.kr
그림설명:연분홍색 안개lavender mist no.1 1950 캔버스에 유채, 에나멜, 알루미늄페인트, 300*221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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