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요화가회

ㆍ이 름	오민웅
ㆍ작성일	2003-12-26 (금)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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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의 의학(34)이중섭의 우울증

국민화가 또는 민족화가라고 칭송받는 이중섭(李仲燮 1916.4.10-1956.9.6)은 평안남도 평원군의 부유한 집안의 3남매의 막내로 태어났다.
그의 생애에 관한 많은 기록은 그가 빈센트 반 고흐와 매우 닮은 점이 많음을 보여준다. 둘다 순수한 인간성을 지녔다는 것, 고난과 궁핍과 불행의 시기를 거쳤다는 것, 그리고 그 어려웠던 짧은 6년 이라는 기간동안에 그의 대부분의 남겨진 그림들이 그려졌다는 것, 말년에 정신과치료를 밨았다는 것, 자살은 아니지만 거의 자살에 가까운 행동으로 40세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는 것, 그리고 죽은 후 거의 신화가 되다시피 유명해졌다는 것 등이다.
필자는 정신의학적 측면에서 그의 생애를 살펴보고져 한다.
이중섭은 5세때 시름시름 앓던 30대의 아버지를 잃지만 어머니와 주위의 보호아래 비교적 무난하게 그리고 대단히 촉망받는 화가로 젊은 시절을 보낸다. 그러나 해방 전후 북쪽과 남쪽에서 사상적인 의심을 받을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 아주 어려움에 처한다. 1953년 37세 때는 폐결핵에 걸린 일본인 아내와 두 아를을 일본으로 보내고 혼자서 친지의 산세를 지면서 이곳 저곳 떠돌아 다니며 그림을 그린다. 1955년 1월과 5월 서울과 대구의 개인전에서 시대착오적인 일부 당국과 일반으로 부터 그림철거라든가 혹평에 그림까지 거의 팔리지 않자 실망과 분노, 좌절에 영양실조마저 겹쳐 몸과 마음이 극도로 쇠약해진다.
그리고 이즈음 그의 정신증상과 관계된 기록이 나타난다.
54년 12월 자고 있는 이중셥의 주위에 술꾼들이 둘러싸고 있었는데, 깨어난 그가 탁자를 마루바닥에 내동댕이치며 "왜 내가 알지도 못하는 너희놈들이 여기까지 쫓아다니면서 사람을 괴롭히느냐? 이제 남은 것은 이것뿐이니 몽땅 가지고가라"며 한웅큼의 지폐를 마루바닥에 집어던진다.
55년 1월 14일(추정) 그는 독실한 가톨릭인이자 1940년경 일본 동경에서 만나 이후 깊은 우정을 나누고 있던 구상 시인(세례명 세례자 요한)에게 가톨릭 입교를 바라는 다음과 같은 요지의 편지를 보낸다.
"弟는 여러분의 두터운 사랑에 쌓여 정성껏 맑게 바로 참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는 하느님을 믿으려고 결심을 했습니다. 구 형의 지도를 구해 가톨릭 교회에 나가 제의 모든 잘못을 씻고 에수 그리스도님의 성경을 배위 깨끗한 사람이되고 싶습니다. 성경을 구해 매일 읽고 싶습니다. 내일 15일 오후 4시경에 신문사(대구 영님일보)로 찾아 뵙겠으니 지도하여 주십시오. 제 이중섭" 이중섭은 구 시인보다 3년 선배였으나 구 시인의 인품을 높이 사 자신을 弟, 구 시인을 兄이라 칭했다.
55년 5월 대구 오기 전부터 그가 노이로제 환자라는 소문이 있었는데 (아마 전시회가 끝난후) 대구의 여관에서 손님 신발을 모두 거두어 씻기도 하고 청소를 하기도 하였다.
대구 전시회에서 어느 장교가 그림에 붉은 빛깔이 지나치게 많은 걸 보니 빨갱이가 아니냐는 이야기를 듣고 경찰서를 찾아가 자기가 빨갱이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달라고 하기도 한다. 이즈음 친구인 시인 구상에게 인생과 그림에 대해 자학에 가까운 회의를 고해하듯 토로한다. 자신의 현실 생활의 무능을 그림으로 위장하고 합리화하고 있으며 사실성의 미숙을 추상화함으로써 덧칠하고 있다고 하였다. 이즈음 그린 '성당부근'은 화면이 회색톤바탕에 사실풍으로 전체를 비오듯 처리했다.
1955년 7월 대구 성가병원 정신과에 한달 가량 입원하는데 이때 음식을 거부한다. 이는 치료거부의 표현일 수도 있으나 자포자기나 자기부정의 표현일 수도 있다. 입원중 자기가 정신병자가 아니라는 표시로 연필로 사실풍의 자화상을 그린다. 그눈 이곳에서 자동차나 사람 발걸음 소리가 들리면 벌떡 일어나 자기가 있는 2층에서 아래층의 화장실까지 쓸고 닦았다. 그러면서 '이제부터 남과 세상을 위해 봉사하겠다. 내가 그림을 그린답시고 세상을 속였다. 놀면서 공밥을 얻어멱고 다니며 뒷날 무엇이 될 것처럼 사기를 쳤다. 남들은 세상을 위하여 또 자신을 위하여 바쁘게 돌아가눈데 나는 그림만 신주처러 모시고 다니고 이 꼴이 뭐냐'고 하였다.
1955년 8월 말경 서울로 왔지만 머리를 박박 깍고 엄지 손가락을 피가 나도록 문질렀는데, 아내가 미워서 죽이려고 한다고 하였다. 문병운 사람들을 욕하고 죽인다고 하였고, 음식을 거의 먹지않았다. 그리하여 종군화가였다는 명목으로 친구들이 수도육군병원 정신과 감금병실에 입원시켰고 전기충격요법등을 받았다. 그후 성베드로병원으로 옮겨 3개월 가까이 입원후 55년 늦가을에 퇴원하여 친구이자 화가인 한묵의 집에서 기거한다. 주위에서 청신착란으로 폭행이라도 하면 어쩌나하고 걱정했으나 그런 일은 없었다.
그러나 퇴원 얼마후 심한 황달에 빠진다. 그러나 주위의 노력으로 좀 나아질만하면 술을 먹어 병을 도지게 했고 추워서 스케치를 못나가거나 일본에서 편지가 오는 날이면 더욱 우울해져서 술을 더 많이 마셨다고 한다.
1956년 봄 영양실조와 간염으로 고통을 격어면서도 이중섭은 다시 음식을 거부한다. 음식을 먹이려는 모든 노력이 허사로 돌아가자 한묵과 구상등은 그를 청량리뇌병원 무료환자실에 입원시킨다. 여기서 담당의사의 정신이상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있어, 1956년 7월 친구들은 그를 적십자병원에 입원시키지만 대변을 받아내야할 정도로 기진해있었고 죽기로 작정한듯 음식도 거부했으며 주위사람들에 대해 원망을 늘어놓기도 하였다. 입원한지 두달을 못 넘기고 사망한다. 당시 구상 시인은 정훈교육차 일선에 나가 있을 때였다..
많은 문헌에서는 그를 정신분열증이라고 하였으나(예: 네이버의 참고자료) 지금까지의 기술과 발병연령 및 비교적 오래동안 원만하게 유지되었던 인간관계 등을 고려하면 아마 그는 정신병적 수준의 우울증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자학적이고 자조적인 언행이라든가 음식을 거부한다든가, 일부러 술을 먹어 황달이 나빠지게 한다든가 하는 것이 이를 말해준다. 남을 의심한다든가 분노나 적개심을 나탄기도 했으나 이는 주위 여건으로 인한 정신병적 우울증의 한 증상으로 보고 싶다. 그리고 필자가 정신과를 시작한 1970년대 초에도 우울증에 대한 개념이 그렇게 뚜렸하지 않았는데, 1950년대에 우울증에 대한 개념이 그렇게 명확했들까 하는 의문이 들고, 따라서 이중섭같은 증상은 정신분열증으로 진단되지 않았을까 생각든다. 또한 피해망상과 같은 정신병적인 증상은 지나친 음주와 간염 그리고 영양부족등의 요인으로 인한 일시적인 섬망상태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위의 그림은 1956년 초 영양실조와 간염으로 고통을 겪으면서도 음식을 거부하던 시기에 그려진 것으로 보인다. 회색 하늘을 배경으로 흰눈을 이고 있는 검은 나무가지 위에서 세마리의 노랑새가 놀고 있는 그림이다.어두운 배경이지만 그래도 세마리의 노랑새가 서로 조잘거리고 있는 것을 보면 무의식의 일부에서는 그나마 생에 대한 의욕을 읽을 수있고, 이때라도 적극적인 보살핌과 치료가 있었더라면 천재의 삶을 좀 더 연장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참고문헌: 돌베게刊 이중섭평전, 아이세움刊이중섭, 네이버검색. 가톨릭신문 2004년 8월 29일자
그림설명:나무 위의 노란 새, 종이에 유채와 크레용, 14.7*15.5cm, 1956년 개인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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