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요화가회

ㆍ이 름	오민웅
ㆍ작성일	2002-08-09 (금)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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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만에 그리는 그림

그간 생활이 바빠서였는지 아니면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였는지, 특별히 취미라고 할만한 것이 없었는데, 마흔이 되니까 스스로 인생이 너무 메마르다고 느꼈는지 이것저것에 손을 대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마추어 무선에도 손을 댔고, 골프도 조금치다가 그만 두었고, 컴퓨터도 두드려 보았고, 또 사진강습회에 나가서 사진을 찍어 보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 것도 나를 빠져 들게 할 정도로 마음을 끄는 것은 없었다. 그래서 하릴없이 빈둥거리는데 지난 3월, 나를 너무나 잘 아는 김종길 회원의 그림 한 번 그려보지 않겠느냐는 말에 이상하게도 마음이 끌리어 일요화가회에 따라 나오게 되었다.
나의 그림은, 그런데로 그린다고 그린 것은 시골 국민학교 5학년 때 쯤 군사생대회에서 1등한 것 밖에 없다. 중고등학교 때 미술반에 들어 본 적도 없고, 고등학교 방학 때 시골 외가집에서 크레파스로 몇 장 그린 것, 대학 때 학보사에서 펜으로 컷이나 만화를 좀 그린 것, 그것이 전부다. 단지 관심만은 계속 가지고 있었을 뿐 김종길 회원이 유화하는 것을 몇 번 옆에서 부러운 마음으로 지켜보면서 화필을 쥘 수 있으리라는 것은 상상하지도 못했다.
일요화가스케치에 처음 나가던 날, 생전 처음 잡아보는 파스텔로 그린 집이 어찌나 유치했는지 합평회에 내어놓기가 너무나 창피했다. 그런데 주위의 강권 바람에 세번째 그린 파스텔 그림을 연합전시회에 내어 놓았으니 ...
국민학교 이후 처음 잡아보는 수채화 역시 너무 어려웠다. 책방 헌책방을 뒤져서 찾은 책으로 수채화 기초기법을 익히고, 스케치 때 동백섬에서 바라본 해운대 바다를 그려보았다.
수채화도 제대로 못하지만 이제 유화를 해 볼까 한다. 내 그림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나의그림을 보는 사람이면 이구동성으로 유화를 권해서이다. 이것도 난생 처음 해보는 것인데 김창열 고문께서 화구 장만하는데 화방까지 직접 나오셔서 도움을 주셨고, 또 사놓고 어찌해야 하는지 몰라 쩔쩔매고 있는데 김종길 회원이 늦은 밤에 집에까지 와서 가르쳐 주었다. 도자기와 과일을 늘어 놓고 처음 그려보는 유화. 그런데 왜 그렇게 칠하고 싶은 대로 색깔이 나오지 않는지...
변변치 않치만 내가 이렇게 그릴 수 있다는 것. 참 신통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림그리는 그 자체가 즐겁다. 또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과의 어울림. 이것 또한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신선한 충격이다.

이 글은 1993년 본회 회보(제16호)에 실린 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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