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요화가회

ㆍ이 름	푸른화살
ㆍ작성일	2008-11-14 (금) 12:12
ㆍ홈페이지	http://blog.naver.com/arthan33
ㆍ분 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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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조회: 2056

ㆍIP: 118.xxx.99

화실일기 - 수다를 등에 지고가는 침묵

하던 일을 접고 그림을 직업으로 삼아 달맞이 언덕 밑에 둥지를 틀고
온종일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지 벌써 석달째 접어 들었습니다
그동안 여행도 다녀오고 작업실도 옮기다보니
제대로 좋은 작품 한 점 건지지도 못하고 세월만 축낸 것 같아
요즘은 나름대로 열심히 그릴려고 합니다
아침에 집을 나서서 작업실에 출근하면
먼저 간단한 청소를 하고 커피를 한 잔 마시며
전에 스케치한 것 들과 책을 뒤적이며 새로운 작품 구상도 하고
어제 작업한 것과 오늘 할 일을 챙기고 기록에 남깁니다.
스캔도 하고 사진도 찍어 컴에다 저장을 합니다
그리고 바로 작업을 시작하면 보통 저녁 7,8시까지 꾸준히 그립니다
처음엔 아무도 대화하는 이없이 화실에서 그림만 종일 그리다 퇴근하면
멍한 상태로 무기력증에 빠지는게 아닌가 할 정도로 힘들었지만
지금은 퇴근하려고 나가다가 다시들어와 작업을 할 정도로 익숙해져 가고 있습니다
가끔은 출근 할 때 일부러 해운대 버스종점에서 내려 바닷가를 따라 걸으며
스케치도하고 작품구상도 하는 시간을 즐기기도 합니다....
토요일은 반쪽이공방에서 목공을 배우고
화랑가 순례와 해운대스케치를 하고
일요일은 화실엔 출근하지않고 자갈치나 야외스케치를 하는 걸로 계획을 세우고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말그대로 먹고 싸는 일 말고는 그림만 생각하고
작업만 하는 날들의 연속입니다..
목표가 뚜렸하고 그리는 일을 즐거워하고
열심히 노력한다면 어느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나날이 조금씩 발전하리라 믿습니다
이런 저를 보고 주윗 분들은 걱정스런 표정으로조심스레 묻습니다 .
도대체 그림으로 밥을 먹겠냐고?..
그러면 저는 늘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잘 팔리는 그림보다 팔릴 수 밖에 없는 그림을 그리겠다고
큰소리를 치며 수다를 떱니다
어찌보면 지극히 허황한 말이지만 그 말이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와
스스로를 옭아매는 족쇄가 되어 저의 열정을 불러 일으키는 풀무질이 되기를 바라면서...
수다에 대한 책임으로 열심히 침묵하며 노력할 수 밖에 없기를 바라면서...

앞으로도 고통을 즐기면서 계속 끊임없는 열정과 노력으로
수다를 지고가는 침묵처럼 내 안의 느낌들을 밖으로 밀어 낼 것입니다
그래서 표현한다는 것을 영어로 express 라고 하는 게 아닐까요?

강물 2008-11-14 20:30	한재용씨 일상이 잘 보여지는 글이네요...^^ 요즘 홈페이지 들어오는 재미가 느껴집니다... 좋은 작업들 계속 올려주세요..^^

한재용 2008-11-15 22:48	고맙습니다.. 홈에 내 그림만 너무 많이 올려 조금은 미안한 생각도 들었는데 격려의 말씀이 큰 힘이 되는군요.. 혹시라도 제 글과 그림이 공감이 안 되시더라도 이런 시각도 있구나 하고 관대하게 봐 주시면 감사하게 여기고 또 다른 관점에서 저와 생각이 다르다고 느끼시면 언제든지 좋은 충고 부탁드립니다 끊임없는 관심과 채찍이 저에게 좋은 약이 된다는 것을 잘 알기에 항상 열려있는 생각으로 모든 것을 느끼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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