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요화가회

ㆍ이 름	차영희
ㆍ작성일	2002-08-07 (수) 15:28

ㆍ조회: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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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소묘
찬바람이 불던 겨울 어느 날, 시내에 나가 쇼핑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부산일요화가회원전이 열리는 로타리화랑에 들러 보게 되었다. 작품을 쭉 돌아보면서 나도 일요화가회에 가입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저-어, 여기 부산일요화가회에는 누구라도 입회할 수 있나요?"
"네, 그렇습니다."
머뭇머뭇거리며 입회비를 내고 다음스케치에 함께 참석할 것을 약속하고 부푼 가슴으로 기다렸던 나의 스케치는 춥고 어색하고 부끄러움으로 그렇게 시작되었다.

처음 나가던 날은 마침 그 해 마지막 스케치여서 돌아오는 길에 하단에 있는 강나루에서 쫑파티라는 것이 있었다. 할아버지, 할머니, 오빠같은 사람, 언니같은 사람, 친구같은 사람, 동생같은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이야기도 나누고 노래도 부르고 하는 동안에 점점 친밀감을 느끼게 되자 부끄러움도 어색함도 서서히 떨어져 나가고...
"저-, 결혼한 지 9년만에 처음으로 이렇게 외출해 보았어요."
많은 분들이 웃으며 격려해 주셨다.
"앞으로 좋은 그림 많이 하세요."
하지만 화실에서 몇 달 공부한 정도로 자연을 바라보며 그것을 캔버스에 옮기는 작업이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마음은 가득한 데 손이 말을 안듣고 보는 눈도 어둡다. 그렇게 쩔쩔매며 한해, 두해, 세해 그렇게 고뇌하고 힘들어 하면서 어느 틈엔가 그림그리는 작업은 내게 생활의 활력소가 되어 주고 있었다. 모처럼 일요일에 가족과 함께 스케치를 즐기기도 하고...
혼자가는 날엔 가족들에게 미안해서 아이들에겐 더 다정한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하게 되고 남편에게도 상냥한 아내가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조금씩 사회생활에 눈을 뜨게 되면서 이렇게 좋은 생활을 할 수 있게끔 배려해 주는 남편이 새삼 소중하고 고맙게 느껴지는 것이 아마도 조금씩 내가 어른이 되어 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림을 그리는 일은 캔버스에 자연을 옮기는 것만이 아니고 자연을 보면서 마음의 때를 씻고 사물을 보는 눈을 맑고 아름답게 가꾸어 가는 일이기도 하다.
그림을 그리며 만나게 된 많은 사람들...
그분들은 내게 인생을 참되게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 주기도 하고 바쁨속에서 여유를 가지고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정신적 풍요로움을 가르쳐 주기도 하였다.
고마운 분들 ...
혼자서만이 살수 없는 것이 인생일진데 함께 어우러져 용서하고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인도해 주신 그분들께 다시 한번 고마움을 느끼며 오늘도 정신없이 바쁜 하루였지만 주위의 많은 분들께 감사하고 탈없이 커주는 아이들에게 감사하고 말없이 보살펴 주는 남편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이 글은 1989년 본회 회보(제3호)에 실린 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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