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의 〈論畵形似〉에

소 동파의 시에 “그림을 그리되 겉모습만 같게(形似) 하면 된다고 하니, 이런 소견들은 어린아이와 다를 것이 없다. 시를 짓는데 앞에 보이는 경치만 읊는 것도, 시의 본뜻을 알고 짓는 이가 아니다” 라고 하였다. 후세에 화가들이 이 시를 종지(宗旨)로 삼고 진하지 않은 먹물로 그림을 거칠게 그리니, 이는 물체의 본질과 어긋나게 된 것이다.

지금 만약 “그림을 그리되 겉모습은 같지 않게 해도 되고, 시를 짓되 앞에 보이는 경치를 읊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면, 이치에 맞는 말이라 할 수 있겠는가? 우리 집에 동파가 그린 묵죽 한 폭이 있는데, 가지와 잎이 모두 산 대와 꼭 같으니, 이것이 소위 틀림없는 사진(寫眞)이란 것이다. 정신이란 모습 속에 있는 것인데, 모습이 이미 같게 되지 않는다면 속 정신을 제대로 전해낼 수 있겠는가?

동파가 이렇게 시를 읊은 것은 대게 “겉모습은 비슷하게 되어도 속 정신이 나타나지 않으면 비록 이 물체가 있다 할지라도 광채가 없다”는 것을 말한 것이다. 나도 이르기를 “그림이란 정신이 나타나야 하는데, 겉모습부터 같지 않게 되었다면 어찌 같다 할 수 있겠으며 또 광채기 있어야 하는데 딴 물건처럼 어찌 이 물건이라 할 수 있겠는가?”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