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요화가회

창작글과 음악

ㆍ이 름	허정례
ㆍ작성일	2002-04-17 (수) 15:16

ㆍ조회: 1691

ㆍIP:

영화감상문 "집으로"

4년전쯤인가...생소한 영화포스터가 눈에 들어왔다.
그 당시만해도 심은하라하면 최고의 여배우였음에도 불구하고난 그 영화가 생소하기만 했다.
[미술관옆 동물원]저런 영화가 있었나?
별 관심도 없었고...큰 기대도 없이 그 영화를 보게 되었다.
보고난후???아~~~~~내가 정말로 딱 좋아하는 영화네..
'이정향'감독이라고 첫작품이라 한다.
야~~신인감독이 이런 영화를 만들어낸단말야??
요란스럽게 남녀의 사랑얘기를 그려내지 않았음이 무엇보다 좋았다

그 감독이 다시 새로운 영화를 들고 우리곁으로 돌아왔다
이 영화를 접하기 전 몇번 tv에서 소개되는 것을 보았다
조폭 영화가 난무하고 블럭버스터같은 대작만이 판을 치고...코믹액션물만이 뒤흔들고 있는 요즘의 영화판에 그녀가 그려내는 영화는 너무도 촌스러웠다
너무도 촌스러워 왜 저런 영활 만들려고 하지..안쓰럽기까지 했을정도였으니..

그렇다고 짱짱한 여배우가 나오길 하나...잘 생기고 멋진 남자배우가 나오길 하나..
여자들이 조아하는 최루성영화처럼 눈물 콧물 짜내길하나..
남자들이 조아하는 남녀배우들이 벗고 침대위에서 뒹구길하나..((여기서 남자라함은 아마도 울 남편이겠지..))
영화관람객의 주관객인 젊은층이 조아하는 현란한 CG장면이 있길 하나..

도대체 뭘 믿고 저런 영활 만든다는거지??
하지만 왠지.....그 영화가 보고싶었다
77살 외할머니와 7살의 손주녀석이 벌이는 기막힌 동거를 엿보고 싶었다
그게 바로 그녀의 영화가 이끄는 힘인게다

그야말로.....두뫼산골에서 혼자 살아가시는 할머니에게로 도시에서 외손주가 내려온다.
김치보다는 햄을 더 조아하고 지게를 지는 산골아이들과는 달리
>롤러블레이드타고 노는것에 더 익숙하고
백숙보다는 후라이드치킨을 더 좋아하는 도시아이..

말을 하지 못하는 할머니를 향해 '등신''바보'라고 마구 놀려대지만
그런 손주녀석에게 다락방에 꽁꽁 숨겨두었다 사탕을 가만히 내어 놓는 시골할머니
빤질빤질한 손주의 모습과는 달리 할머니의 모습엔 세월의 깊이가 그대로 드러나있다
까맣게 때가 낀 손톱...누렇게 너덜해덜 해어진 옷들..
검게 그을리고 깊게 패인 주름...

그들사이에 놓인 벽은 쉽사리 허물수가 없을것 같았다
똑같은 치킨을 얘기하면서도 할머니가 손주녀셕에게 내어놓은건 손주녀석이 그렇게도 먹고싶어하던 후라이드 치킨이 아닌
손주말처럼 물에 빠트린 백숙이였으니..

하지만....그들사이에도 정이 쌓이고 사랑이 쌓이고..
손주녀석이 할머니에게로 조금씩 동화되어간다.
장터에서 사준 초코파이를 먹지 않고 아껴두었다가 할머니의 시장바구니에 몰래 넣어두기도 하고...
버릇없고 누구말처럼 싸가지까지 없기 한 손주녀석을 말없이 그저 품어주기만 하시던 할머니의 깊은 사랑을 손주녀석도 알아가기때문이리라...
간간이 나오는 7살 어린 아이의 어린사랑얘기도 잼있었다
옆동네 사는 여자아이에게 자기가 젤루 조아하는 장난감들을 선물로 주고..

그 아이에게 잘 보이기 위해 거울을 들여다보고....
그 여자아이가 한 말에 이불 뒤집어 쓰며 혼자 웃어보기도 하고..
최대 라이벌인 철이형에게 괜히 심술궂은 장난도 하고..

전혀 어울릴수 없을것 같던 상우가 어느새 할머니가 살고 계시는 그 시골에 조금씩 동화되어가고 있는 또 다른 증거이겠지

장터에 나가 나물을 팔고 호박을 팔고..
그돈으로 손주가 먹고싶어하던 짜장면을 사주시며
정작 자신은 물 한모금으로 허기를 채우고..
신발이 작아져서 언제나 구겨신는 손주를 위해 정작 자신은 검은 고무신을 실에 꿰어 신고 다니면서 새운동화도 사주신다
차비 몇백원을 아끼기 위해 손주만 버스에 태워보내고
할머니는 혼자 그 먼길을 걸어올라온다..

그런 할머니의 모습들에서 엄마가 생각나고...엄마의 품을 그리워하게 만든다.
할머니의 애틋한 기억들이 없는 난 엄마가 생각났지만
또 다른 이들은 할머니의 따뜻한 젖무덤들을 생각해내지 않았을까..

할머니와 상우 사이에 가로막혀 있던 벽이 허물어졌을때쯤...
상우는 다시 도시로 돌아가야한다.
마지막 밤.....할머니를 위해 아프다..보고십다..라는 두 단어를 가르쳐준다.
언제든 아프거나 보고싶으면 그 글자만 적어서 보내...라는 말을 하며 어느새 울먹이는 손주..
그 옆에서 고개 숙인채 말없이 눈물을 훔치는 할머니..

깊은밤..손주녀석은 할머니를 위해 그동안 할머니가 해달라고하면
그렇게도 하기 싫어서 귀찮아 하던 바늘에 실을 다 꿰어 놓는다..
그리고 자신이 가장 아끼고 좋아하는 엽서..((그건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친구에게도 주지 않았던 거였는데..))에다가
밤새 그림을 그리고 글을 적어 놓는다.
할머니가 자신에게 보낼수 있도록...

어색하고...어린 아이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이별의 순간..
첫만남에선 오히려 '등신..바보'라고 놀려대던 손주녀석도 이별앞에서 만큼은 아무 말이 없다
버스에 오르고 버스가 출발하자 그때서야 뒤차창가로 달려가 그동안 할머니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손짓으로 한다..

버스는 떠나고......할머니는 남겨졌다.

손주는 떠나고......처음에 그러하듯 할머니는 홀로 남겨졌다

마지막 영화자막이 올라간다.
[이 영화를 이 땅위의 모든 할머님께 바칩니다]

나는 이영화를 보면서 내내 남편의 할머니를 생각했다 ........
가끔씩 옛날얘기처럼 ....되새기던 ....
그의 어린시절 기억의 모든 것을 차지했던 할머니의 사랑이
이런것이 아니었을까 ......

가슴에 싸~~~~~한 감동이 밀려드는 듯 했다
아름다운 그림동화 한편을 본 듯한 그런 기분..

두어시간 실컷 웃고 나면 아무것도 남는게 없는 코믹액셕물과는 비교할수도 없는 영화였다
때리고 부수고 현란한 CG장면에 현혹되어 스크린속에 빨려들어가 영화가 끝나고 나면 정신이 몽롱해지는 그런 블럭버스터 영화들과는 감히 비교하고 싶지도 않은 영화였다

연기를 너무 천역덕스럽게 잘하는 꼬마아이..
그리고 믿기진 않지만 영화출연이 난생처음이라는 할머니...

그들이 만들어낸 최고의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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