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결론부터말씀드리자면 실패였습니다.

원인은 세계최강을 자랑하는 IT강국의 이동통신기기의 밧데리결함이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세상살이가 다 그렇듯 잃는게 있으면 반드시 얻는게있고

계곡이 깊으면 산이 높다고 하지않습니까?

7번국도를 따라 달리는길은 정말 환상이었습니다.

왼쪽으론 푸른 밤을 머금은 육중한 산들이 줄이어 달리고

오른쪽으론 한입 베어먹은 사과같은 상현달이 넉넉한 아낙의 푸짐한 노란미소를

팥빙수 얼음갈듯이 잘게쪼개어 검은 8월의 밤바다위로 흩날리며 새벽까지 동행해주었고

바다에 뿌려진 작은 달빛조각들은 철조망 사이사이로 쉬지않고 깔깔대며

지루한 야간주행의 파트너가 되어주었습니다.

강릉 터미널과 강릉역을 전전하며 심지어 경포대까지 훑고 다니며

김선생님을 찾아다닌 수고쯤이야 귀로에 보여준 7번국도의 속살을 본기쁨에 비하면

한마디로 전봇대앞의 이쑤시개였습니다.

하행길에 간간히 나타나는 작고 앙증맍은 포구들!

아직도 비릿한 바다내음에 절어 고달픈 역사를 말해주는 적산가옥들!

높은 언덕위에 층층이 앉아있는 연극무대의 세트장같은 작은집들!

그 작은 집 문설주에 서서 멀리 바다를 바라보며 옷고름 입에 물고

바다에 나간 낭군님을 기다리던 수많은 우리의 할머니,어머니,누이들!

힘든 고기잡이를 마치고 양손에 찬거리할 생선 몇마리와  손질할 어구를 움켜지고

간만에 품을 아낙의 속살을 떠올리며 황급히 방파제를 따라올라가던 애환의 그 골목길!

삶을 걸어놓고 싱갱이하던 작고 낡은 부둣가!

고기잡이간 사이에 딴 남정네와 눈이 맞아 도망친 아내를 못잊어

술에 절어 충혈된 눈으로 치마만 보면 잡고늘어지던 못난 사내의 피맺힌 절규가

지금도 갈매기입을 빌어 설움을 토하고있는 선창가!

활어 수족관 바닷물이 쉼없이 신발을 적시던 시장 한모퉁이 식당에서

향초님과 함께 먹은 김이 모락모락나는 가리비찜과 탕,그리고 쫄깃한 도다리의 살점들!

한 젖가락 입에 물고 그 여린살을 살며시 씹으면 입속에서 끼륵끼륵하며 갈매기소리가 나오고

이슬맺힌 소주 한잔 들이키면 가슴속 깊은곳에서 올라오던 해녀들의 물질하던 휘파람소리!

마치 기름을 지고 불섶에 들어간듯 잠자던 나의 창작의욕에 광풍을 불러일어키던 7번국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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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게 김선생님의 가출(?)이 가져온 횡재가 아니고 뭐란말입니까?

가고오며 오토바이나 자전거여행자들은  더러 눈에 띄었지만

김선생님같은 도보여행자는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비록 극적인 상봉은 없었지만 건강하게 귀가하신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이 염천에 도보여행을 가능케한 그 대단한 용기에 경의를 표합니다.

김종국선생님 파이팅!!   부산일요화가회 만만세!!!!

앞으로  틈나는대로 갈겁니다. 이번 신정연휴스케치는 물론이고 휴일마다 시간이 나는대로

저녁에 출발해서 다음날 돌아오는 1박2일의 여정이면 충분할거라 봅니다.

동반하실분들은 미리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벌써 4명정도 확보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