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요화가회

ㆍ이 름	차행미
ㆍ작성일	2002-08-09 (금) 18:25

ㆍ조회: 1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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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스케치의 설레임
퇴근하는 길에 화방에 들러 조금은 넉넉한 마음으로 푸른 가을하늘을 주머니에 넣고서 내일을 준비한다. 내일은 야외스케치 가는 날.
아직 화실에서 모작만을 해오던 내게 있어선 그리 익숙치 못한 야외스케치이긴 하지만 그래서 조금은 두려움이 더 내게 가깝게 다가오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저 그림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만큼은 그 누구에게 질세라, 이 마음 하나 위로 삼고 내일을 준비한다.
바쁜 생활과 많은 유형의 만남들 속에서 사심없는 이런 순수한 모임에 동참할 수 있어 기쁘다. 무척 오랫동안 동참해 오신 분들이 대부분이신 것 같았고 별다른 이야기는 해보지 못했지만 그저 그분들의 잔잔한 미소와 그림제작에 열중하는 모습에서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온화하고 순수함을 느낄 수 있었다고나 할까!
그 무엇이 이분들께 이런 모습을 지닐 수 있게 하였을까 하는 기분좋은 의문을 갖게끔도 했다. 문득 20세 이전의 자신의 모습에는 부모님께도 책임이 있지만 20세 이후부터의 모습에는 자신 스스로가 책임져야 한다라는 어느 분께서 들려 주시던 말이 떠 오르면서 선배님들을 닮고자하는 소망을 품어면서 고개들어 넉넉하게 미소지어 본다.
내일은 모든 걸 잊고서 짙을대로 짙어져 있을 늦가을을 만나러 가자. 지금 나의 눈앞에선 울긋불긋하게 물들어 있을 산이랑 단풍잎들이 스쳐 지나간다. 나의 캔버스에는 얼룩덜룩하지만 소박한 산을 넣고 다채롭게 사야를 즐겁게 해 줄 단풍나무도 심고 푸르고 높은 늦가을 하늘도 조금 담아오리라. 아니 캔버스 뿐만아니라 나의 가슴에도 한 동안 나의 건강한 정신의 양식이 될 수 있게 한구석 담아 오리라.
열심히 이 자연을 화폭에 담고자 하는 노력이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의 당연한 결과라 느껴진다.
아! 이 가을 , 무척 좋은 분들과 함께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음에 감사드리고 또한 자연의 크고 작은 부분들을 사랑하게끔 해 주신 나의 창조주께도 감사드리고 싶다.

-모든 것을 사랑하게끔 하는 넉넉한 가을 날에-

이 글은 1990년 본회 회보(제8호)에 실린 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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