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요화가회

ㆍ이 름	허정순
ㆍ작성일	2002-07-11 (목) 09:46

ㆍ조회: 4253

ㆍIP:

창으로 바라보는 그림은......
젖먹이 아들녀석들을 내팽개치고 일탈을 꿈꾸며 갔던 10여년 전 어느 음악회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숨어 있는 나의 미세한 모세혈관까지도 송두리째 흔들어대던 소리의 감동에 왈칵 눈물을 쏟은 적이 있습니다.

곡조가 슬프다거나 특별한 추억이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음악이 사람을 그토록 떨리게 한다는 것도 그 때 처음 알았습니다.

그런데 감동을 주는 것이 음악만은 아니란 것을 얼마 전에야 알았습니다.
모처럼 하루 휴가를 내어 쉬던 날, 문화회관 전시장을 찾았습니다.

아침부터 추적추적 내리는 비때문에 이럴까저럴까 망설이다가 하루종일 빨래야, 청소야하다가 그냥 보내버리기엔 너무 아까워서 집을 나섰습니다.

이제는 어느 새 훌쩍 커버려 잘 따라나서지 않는 아들녀석들의 재재거림 대신에 토도독 토도독 우산을 때리는 초여름의 빗소리로 대신하며 혼잡하지 않은 전시장을 혼자 여유롭게 둘러보는 맛도 제법 쏠쏠하였습니다.

한번 그려보겠다고 아직까지 마음조차 먹어보지 못한 100호, 200호의 넓은 화폭 앞에서 샌달 밖으로 삐져나온 발가락이 자꾸만 오그라드는 것은 단지 캔버스의 크기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내가 표현하지 못한 색채와 내가 보아 내지 못한 형체의 표현, 내가 생각지 못한 새로운 발상은 내게 커다란 감동이었습니다. 빨간 화폭 앞에서 나는 빨간 장미빛으로, 푸른 화폭 앞에서 나는 파란 바다빛 눈물을 흘렸습니다.

노래를 하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아름다워보는 것은 아마도 뭇사람들에게 그토록 색색의 눈물과 감동을 줄 수 있기 때문인가 봅니다.

한두번 빠지기 시작한 스케치가 이젠 습관이 되어 게으름을 부리고 있지만 월요일마다 들러 회원님들의 그림을 창을 통해서나마 보면서 또 다른 떨림을 경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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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종근: 허정순님 다음 스케치 때에는 볼 수 있겠죠? ^^ [07/12-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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